람보르기니가 만든 SUV라면 당연히 불편하고 시끄럽고 일상에서는 쓰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나서 그 편견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우루스 SE는 단순히 람보르기니 엠블럼을 붙인 SUV가 아니라, 브랜드가 시대에 맞게 스스로를 바꿔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델에 가까웠습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800마력 PHEV 파워트레인, 숫자보다 중요한 것
우루스 SE에는 V8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탑재됩니다. PHEV란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으면서, 필요할 때 내연기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엔진 단독으로 620마력, 여기에 192마력 모터가 더해지면 최고 출력 800CV(마력)에 달합니다. 배터리 용량은 25.9kWh로, 시내 주행 기준 약 40km 정도는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800마력이라는 숫자에서 기대하는 폭발적인 가속감이 체감상으로 무조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루스 자체가 SUV이다 보니 차체 중량이 상당합니다. 800마력을 이 무게가 다 받아내야 하니 순수 스포츠카와는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죠. 공식 0-100km/h 가속 시간은 3.4초이지만, 런치 컨트롤(출발 시 최대 가속을 끌어내는 기능)을 연속으로 시도하면 변속기 과열 경고가 뜨기도 합니다. 포르쉐 계열은 횟수 제한 없이 런치 컨트롤을 쓸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죠. 내구성을 중심에 둔 세팅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오히려 저속 주행입니다. PHEV 시스템 덕분에 시내에서 가다 서다 할 때 전기차처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예전 고성능 SUV들이 저속에서 울컥거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ZF가 공급한 8단 자동변속기와 전기 모터의 조합이 저속 구간에서 특히 빛을 발합니다. 여기에 전자식 토크 벡터링(토크 벡터링이란 네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각각 다르게 배분해 코너링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입니다)과 후륜 조향 기능이 더해져, 덩치 큰 SUV임에도 스티어링 반응은 날카롭습니다.
주행 모드 구성도 꽤 촘촘합니다.
- STRADA: 일상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기본 모드
- SPORT: 가속 반응과 조향 민감도를 높여 역동성을 강조
- CORSA: 트랙 주행을 전제로 한 고성능 모드, 오버스티어 성향이 강해 일반 도로 사용 시 주의 필요
- SABBIA / TERRA / NEVE: 모래, 오프로드, 눈길 등 특수 노면 대응 모드
특히 CORSA 모드는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뒷바퀴가 바깥으로 밀리는 특성)를 만들어내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강남에서 타는 슈퍼카, 승차감과 하차감 사이
우루스 SE가 기존 우루스 S 대비 승차감이 개선된 것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점은 제가 특히 주목한 부분입니다. 22인치 휠에 피렐리 P ZERO 5세대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연속 요철 구간에서 불쾌한 진동 없이 통과한다는 것은 에어 서스펜션(공기 압력으로 차고와 감쇠력을 조절하는 서스펜션 시스템)과 타이어 세팅이 그만큼 잘 조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에어 서스펜션은 차고를 낮춰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이거나, 반대로 올려서 오프로드나 화물 적재를 돕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벤틀리 벤테이가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비해 생각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우루스 SE의 스트라다 모드 승차감이 오히려 더 편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속 방지턱에서도 일부 국산 고급차보다 낫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편 타이어 종 방향 그립(제동 시 타이어가 노면을 잡아당기는 능력)이 차체 무게를 감당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100km/h 기준 제동 거리는 33~34m 수준이 기대치인데, 마지막 순간 타이어가 노면을 일정하게 붙들지 못하고 살짝 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800마력 SUV에게 이 타이어 성능은 조금 아쉬운 수준으로 보입니다.
실내에서도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센터페시아나 주행 모드 레버 주변에 사용된 일부 플라스틱 소재의 질감이 가격대에 비해 저렴한 느낌을 줍니다.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향도 아우디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MLB EVO 플랫폼(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차종이 공유하는 차대와 핵심 부품 구조를 의미합니다)을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아우디 Q7과 함께 사용하는 만큼 그룹사 공유 부품의 흔적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람보르기니만의 특별함을 기대하고 들어온 오너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몰입감을 깨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루스가 람보르기니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페라리 푸로산게 같은 경쟁 모델을 시장에 불러들일 만큼 성공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PHEV 시스템은 단순한 친환경 대응이 아니라 규제 회피와 성능 향상을 동시에 잡는 수단입니다(출처: 유럽 환경청 자동차 CO2 규제). 고속도로 연비 기준 리터당 9~10km, 시내 혼합 기준 약 7km가 가능한 800마력 SUV라는 조합은 분명 설득력이 있습니다.
결국 우루스를 제대로 활용할 환경이 한국에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내 고성능 차량 등록 대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 도로 환경에서 800마력의 절반도 못 쓰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 그런 의미에서 우루스는 성능을 위한 차라기보다, 소유와 감성을 위한 차에 가깝다고 저는 봅니다.
우루스 SE를 보면서 람보르기니가 단순히 시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지키면서도 실용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타이어 그립과 일부 실내 마감처럼 아직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승차감과 파워트레인 완성도만으로도 이 차는 분명한 가치를 전달합니다. 우루스 구매를 고려하신다면 23인치 휠과 22인치 휠의 승차감 차이를 시승으로 직접 비교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숫자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차이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