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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정숙성, 주행감, 패밀리카)

by lineup 2026. 5. 21.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르노 필랑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든 생각은 "이 브랜드가 이번엔 감성을 팔기로 작정했구나"였습니다. 단순히 옵션을 늘리고 연비를 개선한 수준이 아니라, 운전자가 문을 여는 순간부터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까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4,300만 원대 시작 가격에 이 정도 완성도라면, 같은 값대의 다른 선택지와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차입니다.

르노 필랑트 하이브리드, 정숙성과 주행감: 숫자가 아닌 체감의 차이

제가 직접 타봤는데, 필랑트에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출력이나 연비가 아니라 차 안의 조용함이었습니다. 창문을 올린 순간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고, 이게 단순히 방음재를 많이 쓴 결과인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작동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필랑트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터(ANC)가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ANC란 차량 내부 스피커를 통해 외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저주파음을 내보내 소리를 상쇄시키는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귀마개를 끼는 게 아니라 소음과 소음이 서로 부딪혀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창문을 살짝 내려보면 스피커에서 뭔가 미묘한 소리가 함께 나오는 게 느껴지는데, 바로 그 순간 "아, 이게 실제로 작동하고 있구나"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까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란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의 주파수를 감지해 충격 흡수 강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서스펜션 부품입니다. 일반 댐퍼는 딱딱하게 고정된 반응만 하지만, 이 방식은 방지턱을 넘을 때와 고속 주행 시 흔들림을 각각 다르게 처리합니다. 실제로 방지턱을 연속으로 넘었을 때 "쿵" 하고 받아내는 충격이 뒤흔들림 없이 정리되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포츠 모드와 에코 모드를 번갈아 써봤을 때도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액셀을 밟아도 약 2초 정도의 여유를 두며 부드럽게 나가는 반면,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페달이 묵직해지면서 1초 내외로 반응이 빨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랑 콜레오스와 파워트레인은 동일하지만, 합산 출력이 필라이트 250마력, 그랑 콜레오스 244마력으로 6마력 차이가 납니다. 수치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세팅 자체가 좀 더 스포티하게 맞춰져 있어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감각이 달랐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 차의 핵심이 드라이빙 퍼포먼스보다는 운전 피로도를 낮추는 데 있다고 봅니다. 장시간 운전 후 기억에 남는 건 제로백이 아니라 "이 차 탔을 때 피곤하지 않았다"는 감각이고, 필랑트는 그 부분을 상당히 잘 잡아냈습니다.

필랑트와 그랑 콜레오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비교한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필랑트: 전기 모터 중심 주행, 엔진 보조 역할, 합산 250마력, 공인 연비 15.1km/l
  • 그랑 콜레오스: 동일 파워트레인 기반, 합산 244마력, 세팅은 좀 더 정통 SUV 방향
  • 공통: 주행 보조 시스템(현대 HDA2 수준), LED 헤드램프/테일램프 전 트림 기본 탑재
  • 필랑트 전용: 주파수 감응형 댐퍼,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터, 글라스 루프(아이코닉 이상), 2열 이중 접합 유리(아이코닉 이상)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습니다(출처: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이런 흐름 속에서 필랑트처럼 하이브리드 완성도에 집중한 차량이 눈에 띄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패밀리카로서의 필랑트: 솔직한 한계

제가 2열에 앉아봤는데, 첫인상은 생각보다 공간이 넓다는 거였습니다. 그랑 콜레오스보다 전장이 약 13.5cm 길어진 덕분인지, 레그룸 여유가 충분했고 글라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쿠페형 디자인이라 헤드룸이 좁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지붕 라인이 낮아지는 시작점이 트렁크 쪽이라 탑승 공간 자체는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좀 아쉬웠습니다. 2열의 잔진동이 1열보다 더 많이 들어옵니다. 방지턱을 넘었을 때 "팡" 하고 들어오는 충격도 1열에 비해 체감이 더 컸습니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들어가 있는데도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차가 길어지면서 2열 위치가 뒷바퀴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열은 충격을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흡수하지만, 2열은 차체가 튕겨 나온 뒤의 잔여 움직임을 고스란히 받는 구조가 됩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필랑트를 '순수 패밀리카'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포인트라고 봅니다. 뒷좌석에 아이들을 자주 태운다면, 오히려 정통 SUV 설계에 가까운 그랑 콜레오스의 2열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랑 콜레오스는 잔진동 처리 면에서 필랑트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이중 접합 유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중 접합 유리란 두 장의 유리 사이에 특수 필름을 접합해 소음 차단 성능과 안전성을 높인 유리를 말합니다. 필랑트는 전 트림에서 전면 유리에 이중 접합 유리를 기본으로 적용하고, 아이코닉 트림 이상에서는 2열까지 적용됩니다. 그랑 콜레오스는 옵션을 모두 추가해도 2열 이중 접합 유리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랑트의 정숙성 투자는 분명히 더 적극적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4,300만 원이라는 숫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 범위를 굉장히 넓혀버립니다. 국산 대형 SUV는 물론이고 일부 수입 브랜드까지 비교 대상에 들어오는 가격대입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 브랜드 차량을 구매할 때 AS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꼽는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르노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었더라도, 브랜드 체감과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정리하면, 필랑트는 운전하는 사람의 감성과 주행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 차입니다. 그랑 콜레오스와 가격대가 겹치는 구간이 있지만, 두 차는 지향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쿠페형 CUV 스타일과 정숙성, 하이브리드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면 필랑트가 맞고, 가족 전체가 편하게 타는 공간 중심의 정통 SUV를 원한다면 그랑 콜레오스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는 필랑트를 타고 내린 뒤 "이 차는 좋은 차인데, 내가 어떤 차를 원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이 차의 가장 정직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1t6OEq4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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