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국 자동차라고 하면 아직도 "싸구려"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샤오펑(XPeng)의 실제 차량을 들여다볼수록 그 선입견이 흔들렸습니다. 게다가 샤오펑은 이미 한국 법인을 설립한 상태입니다. 진출 예정이 아니라 이미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를 더 현실적으로 만듭니다.
샤오펑 화려한 상품성, 그런데 진짜 경쟁력인가
저도 처음엔 디자인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7의 날카로운 램프 라인, 전동으로 위로 열리는 도어, 엠블럼에 불이 들어오는 연출. 솔직히 말하면 "이게 자동차야, 쇼피스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은 한국 시장에서 외면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젊은 소비자층의 반응은 다릅니다. 브랜드 역사나 기계적 완성도보다 눈에 바로 들어오는 디지털 경험과 옵션 구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 실제로 커지고 있거든요.
X9 MPV는 그 흐름의 정점에 가까운 차량입니다. 2열 전동 도어, 테이블, 냉장고, 글래스 루프는 기본이고, 앰비언트 라이트가 가죽 시트를 뚫고 나오는 연출은 제가 직접 영상으로 봤을 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3열을 접으면 시트 방석 부분이 따로 이동하면서 완전한 풀플랫(Full-flat) 공간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기존 국산 MPV와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풀플랫이란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바닥이 완전히 평평해지는 구조를 말하며, 화물 적재나 차박 용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오디오 시스템도 눈에 띄었습니다. 탑재된 서브우퍼(Subwoofer)의 크기가 대략 12인치 수준으로 보였는데, 서브우퍼란 20~200Hz 범위의 저음역을 전담하는 스피커로 인치 수가 클수록 더 깊은 저음 재생이 가능합니다. 자동차에 이 정도 크기의 서브우퍼가 기본 사양으로 들어간다는 건 솔직히 국산 동급 차량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G9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3열 풀사이즈 SUV인데, 3열을 접는 방식이 일반적인 폴딩과 달리 헤드레스트까지 전동으로 자동 수납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이란 공기 압력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하는 서스펜션 방식으로, 승차감 조절과 험로 주파 양쪽에서 유리합니다. 그리고 32대 9 비율의 30인치 이상 와이드 디스플레이 3개가 이어지는 구성은 이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되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SUV 및 MPV 시장은 최근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이 시장에 X9과 G9 같은 차량이 실제 가격 경쟁력을 갖고 들어온다면 카니발과 팰리세이드가 현재처럼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샤오펑 X9/G9 상품성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동 도어, 풀플랫 시트, 에어 서스펜션 등 고급 사양의 기본 탑재
- 12인치급 대형 서브우퍼와 32:9 와이드 디스플레이 3연결 구성
- 리어 스티어링(Rear Steering) 적용으로 대형 차체에서의 회전 반경 축소
- 800V 고전압 시스템과 5C 급속충전 지원 LFP 배터리 탑재

자율주행과 AI 반도체, 그게 진짜 차별점이다
이 부분이 저한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을 한다는 건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샤오펑이 하는 방식은 결이 좀 다릅니다.
샤오펑은 자체 개발 AI 반도체인 튜린 칩(Turing Chip)을 자동차에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oC(System on Chip)란 자율주행 연산, 센서 처리, AI 추론 등 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반도체를 말하며, 외부 칩 공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설계한다는 건 개발 속도와 원가 통제 양쪽에서 유리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자율주행에 쓰이는 AI 모델과 자사 로봇에 들어가는 AI 모델이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하나의 대규모 기반 모델을 여러 응용 분야에 공유해 활용하는 AI 아키텍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가 보행자를 인식하고 피하는 판단력과 로봇이 물건을 잡고 걷는 판단력이 같은 두뇌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운전할 때와 걸을 때 머리를 바꿔 끼지 않는 것처럼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이라는 개념도 언급됩니다. VLA란 시각 정보, 언어 명령, 행동 출력을 하나의 모델 안에서 통합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구조를 말하며, 야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강아지, 문을 열고 있는 주차된 차, 일방통행 도로의 역주행 차량 같은 예외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이 룰 기반 시스템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자율주행 기술은 과장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시연 영상들을 보면 이건 단순한 쇼케이스 연출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기술은 직접 써봐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접근 방식 자체는 분명히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다릅니다.
다만 제가 여전히 의문을 갖는 부분도 있습니다. 자동차는 결국 5년, 10년을 타는 제품입니다. 아무리 기능이 화려해도 내구성과 AS 인프라가 따라오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를 쌓기 어렵습니다. 중국 브랜드들의 실제 장기 품질 데이터는 아직 쌓이는 단계이고, 한국 내 서비스 네트워크도 초기 진입 단계에서는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G9처럼 레인지로버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독창성 측면에서 분명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기능을 모방하는 건 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외형에서까지 그 경계를 좁히면 브랜드 정체성 자체가 약해집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전기차 보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4년 기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이 시장에서 Hyundai Motor Company와 Kia는 E-GMP 플랫폼과 글로벌 생산 능력에서 여전히 강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샤오펑이 한국 시장에서 실제 점유율을 올리려면 기술 시연을 넘어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샤오펑을 포함한 중국 전기차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보여주는 기술"과 "증명된 신뢰"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좁혔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기 전까지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주시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간격이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건 이미 충분히 느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국내 출시 일정과 실제 사용자 리뷰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