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아이카(iCar) V23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국차가 이 정도야?" 싶은 느낌이 아니라, "이거 코란도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각진 펜더, 오프로드 감성의 라인, 묵직하게 올라가는 사이드 스텝까지. 한국 시장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디자인이었습니다.

아이카 SUV 코란도 후속설, 근거가 있는가
KG모빌리티와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의 협력 관계는 이미 공식화된 사실입니다. 체리자동차는 중국 완성차 그룹 중에서도 PHEV 및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서 상당한 기술 축적을 이룬 기업입니다. 체리 산하의 아이카는 독립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으며, V23·V27·913 등의 라인업을 통해 오프로드 감성과 디지털 UX를 결합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살펴본 아이카 V23S는 외형 실루엣만 봐도 코란도와의 연관성이 시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면 라이다 센서, NFC 카드 도어 개폐, 고정형 와이드 스텝, 21인치 휠 타이어까지. 이걸 그냥 중국 내수 SUV로만 보기엔 너무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현재 코란도 후속설은 "가능성이 높다"는 수준이지,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컨셉트 단계와 양산 단계 사이의 간극이 굉장히 큽니다. 국내 출시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충돌 안전기준인 KNCAP(한국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하고, 배기가스 규제와 부품 현지화 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KNCAP이란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신차의 충돌 안전성, 보행자 보호, 자율주행 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산 차량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기준점이기도 합니다.
코란도 후속 여부를 판단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KNCAP 충돌 안전성 평가 통과 여부
- 국내 AS(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계획
- 양산 모델에서 디자인·사양 변경 범위
- PHEV 시스템의 국내 인증 규격 적합 여부
- 중고차 잔존가치(리세일 밸류) 예측 가능성
아이카 SUV PHEV 1,000km, 숫자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아이카 V27은 가솔린과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방식으로 구동됩니다. PHEV란 외부 충전과 주유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기 주행 가능 거리와 가솔린 주행 거리를 합산해 총 항속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단거리는 전기로, 장거리는 가솔린으로 보완하는 구조입니다. 제조사 측이 강조하는 1,000km 이상의 복합 항속거리는 이 합산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수치보다 실제 구조를 더 들여다봤습니다. 제가 직접 V27 도어 양쪽을 확인해봤는데, 한쪽은 주유구, 반대쪽은 충전 소켓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구성은 전형적인 PHEV 레이아웃입니다. 문제는 한국 소비자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외부 충전을 활용하느냐는 겁니다. 국내 전기차 시장 동향을 보면, 충전 인프라 부족과 배터리 내구성 우려로 순수 전기차(BEV)에서 PHEV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PHEV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습니다(출처: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그런 의미에서 아이카 V27의 PHEV 방향성 자체는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겨울철 배터리 효율 저하 문제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저온 환경에서 전기화학 반응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특성이 있는데, 한국 겨울 기준으로 실질적인 전기 주행 가능 거리가 어느 수준으로 유지되는지는 제조사의 자체 수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꼭 한국 기후 조건에서의 실사용 리뷰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게 맞습니다.
아이카 SUV 젊은 감성의 실체, 그리고 중국차의 현재
아이카 913을 직접 운전석에 앉아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반응 속도였습니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칼럼 시프트(Column Shift) 방식의 변속 레버도 눈에 띄었는데, 칼럼 시프트란 기어 변속 장치를 센터콘솔 대신 스티어링 컬럼(핸들 기둥) 부근에 배치한 방식으로, 실내 중앙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센터콘솔이 사라지니 실제로 앞좌석 공간 여유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2열 공간도 제가 직접 앉아서 확인했는데, 무릎 공간과 헤드룸 모두 체감상 넉넉했습니다. 덩치 있는 성인이 장거리를 타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트렁크 공간 역시 러기지 보드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헤드레스트를 분리하면 2열 시트 완전 폴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실용성 면에서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만 비판적으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안전벨트가 트렁크 적재 시 자꾸 끼는 문제는 실제로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감성적 완성도에 비해 기능적 세밀함이 덜 다듬어진 부분이 남아 있는 겁니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품질 개선 속도 자체는 인정하지만, 장기 내구성과 서비스 체계는 단기간에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데이터를 보면, 수입차 브랜드의 초기 판매 실적과 3년 후 만족도 사이에는 유의미한 격차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가 디펜더를 여러 대 타면서 느낀 건, 결국 차량이 주는 만족감은 디자인과 기능이 처음 3개월이고 그 이후는 잔고장과 AS 경험이 좌우한다는 겁니다. 아이카가 한국 시장에서 진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예쁘다"는 첫인상을 5년 뒤까지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를 함께 가져와야 합니다.
아이카가 코란도 후속이든, 독자 브랜드로 국내 상륙하든 방향성은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디자인과 UX는 이미 한국 소비자 취향을 꽤 정확하게 읽고 있고, PHEV 전략도 시장 흐름과 맞습니다. 다만 최종 구매 결정 전에 KNCAP 결과, AS 네트워크, 실제 동계 주행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감성은 차를 사게 만들고, 내구성과 서비스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