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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애스턴마틴 DBX707 (스펙, 실내, 주행감)

by lineup 2026. 5. 27.

어느 날 주차장에서 주황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타이어 사이로 훤히 보이는 차 한 대를 봤는데, 그게 바로 애스턴마틴 DBX707이었습니다. 저도 예전엔 애스턴마틴을 "현실과 거리가 먼 드림카"로만 여겼는데, 이 차는 그 인식을 통째로 바꿔놨습니다.

2006년 애스턴마틴 DBX707 , 707 마력이 숫자로 끝나지 않는 스펙의 세계

애스턴마틴 DBX707이라는 이름은 장식이 아닙니다. V8 4.0L 트윈터보 엔진에서 뽑아낸 최고 출력 707마력, 최대 토크 91kgf·m를 그대로 이름에 박아 넣은 겁니다. 여기서 트윈터보란 터보차저를 두 개 장착해 공기 압축 효율을 극대화한 방식으로, 쉽게 말해 엔진이 더 많은 연료를 더 빠르게 폭발시킬 수 있게 해주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이 3.3초, 제한 최고 속도는 310km/h에 달합니다.

이 수치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걸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제로백 3.3 초면 페라리 수준입니다.  실제로 고성능 SUV 시장 전반을 보면, 슈퍼스포츠카 브랜드의 SUV들이 이 영역을 경쟁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럭셔리 퍼포먼스 SUV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조사 기관 JATO Dynamics).

9단 습식 DCT 변속기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여기서 습식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란 두 개의 클러치가 번갈아 가며 기어를 미리 준비해두는 방식으로, 변속 속도가 극히 빠르고 동력 손실이 거의 없는 구조입니다. 일반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보다 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할 때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써봤을 때 변속 충격 없이 RPM이 튀어오르는 감각이 꽤 날카로웠습니다.

외관에서도 공기역학적 설계가 드러납니다. 다운포스(Downforce)란 차량이 고속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이용해 차체를 노면 쪽으로 눌러주는 힘인데, 리어 스포일러가 트렁크 끝단을 치켜올려 이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앞쪽에도 에어덕트와 스플리터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고, 카본 핀까지 붙어 있어 공기 흐름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DBX707이 단순히 덩치만 큰 SUV가 아니라는 걸, 외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멋진 근육으로 잘 다듬어진 나쁜 남자 같지않습니까?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3인치 휠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조합입니다. 앞 285/35R23, 뒤 325/30R23이라는 사이즈는 일반 SUV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격인데, 그만큼 접지 면적이 넓어 코너링 한계점 자체가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SUV가 코너를 잘 돌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타이어 사이즈를 보고 나면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애스턴마틴 DBX707의 주행 모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GT 모드: 장거리 투어링에 최적화. 부드럽고 조용하며, 힘이 있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는 신사적인 주행 성격
  • 스포츠 모드: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변속 패턴이 공격적으로 바뀌면서 RPM을 높게 유지
  • 스포츠 플러스 모드: 에어 서스펜션이 최대로 굳어지고 스티어링 무게감이 확 올라가는, 사실상 트랙 지향 세팅
  • 테레인 모드: 에어 서스펜션을 높여 험지 주행을 돕는 모드

GT 모드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 사이의 체감 차이가 극적이라는 게 이 차의 매력 중 하나로 보입니다.

애스턴마틴 DBX707 실내와 시승 감각,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

신형으로 오면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실내라는 건 기존 DBX707을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챕니다. 솔직히 이전 모델은 외관과 성능에 비해 실내가 한 단계 아래라는 인상이 있었고, 저 역시 그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형은 그 약점을 정면으로 뚫었습니다.

12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센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들어왔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체도 그래픽과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특히 센터 터널 구성이 DB 밴티지와 패밀리룩을 맞춘 대칭형 레이아웃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복잡하고 뒤섞인 느낌이 사라지고 훨씬 직관적인 조작감을 갖게 됐습니다.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3개의 스피커로 1,600W 출력을 내는 이 시스템은, 오디오 세계에서 말하는 음장감(Soundstage), 즉 소리가 공간 전체에서 입체적으로 퍼지는 느낌을 차 안에서 재현합니다. 제가 직접 음악을 틀어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급 오디오룸에 앉아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밀도감이 느껴졌습니다.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 구조입니다. 여기서 버킷 시트란 탑승자의 몸을 좌우에서 감싸는 형태로 설계된 스포츠 전용 시트로, 과격한 코너링 중에도 몸이 쏠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볼스터가 깊게 파여 있어 측면 지지력이 강한 반면, 장거리 편안함보다는 운동 성능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이 점을 두고 "패밀리 SUV로 쓰기엔 딱딱하지 않냐"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 시트 세팅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열 공간은 의외로 넉넉합니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고, 파노라믹 루프가 개방감을 더해줍니다. 가죽, 스웨이드, 카본 소재가 1열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뒷좌석이 "나중에 생각한 공간"처럼 마감된 차들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억 원 후반에서 옵션 포함 4억 원대 중반을 넘나드는 이 차는, 취등록세와 유지비, 연간 보험료까지 더하면 실질적인 소유 비용이 상당합니다. 애스턴마틴 브랜드 자체에 대해 독일 브랜드 대비 장기 내구성과 전장 시스템 신뢰도가 낮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럭셔리 자동차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영국계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신뢰성 항목에서 독일 브랜드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J.D. Power 자동차 신뢰도 조사).

그렇지만 이 차를 "이성적 계산"으로 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차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소유하고 싶어지는 종류입니다. 위험한데 치명적인 무언가에 끌리는 감각, 그게 애스턴마틴 DBX707이 자꾸 머릿속에 남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결국 애스턴마틴 DBX707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차입니다. GT 모드에서는 장거리를 여유롭게 흘러가는 럭셔리 투어러,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모터스포츠의 DNA가 전면에 드러나는 야성적인 퍼포머입니다. 두 성격이 하나의 차 안에서 주행 모드 다이얼 하나로 전환된다는 것, 이게 이 차를 단순한 "비싼 SUV"가 아닌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핵심입니다. 드림카 목록을 아직 정하지 않으셨다면, 애스턴 마틴 DBX707을 목록에 올려놓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VarejqDT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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